The Vine Chronicle

덩굴연대기
The Vine Chronicle
2016, Two-channel video, HD 8:46, Photography 9 piece-pigment print, 80x120cm(each)
Sound by: Choi Taehyun

우리는 한동안 나무를 찾아다녔다. 주로 개발로 옮겨질 예정이거나, 임시로 심겨 있거나, 이식된 나무들, 그리고 마을의 오래된 나무들이었다. 그런 나무를 만나면 언제나 그 배경엔 ‘개발’이란 상황이 있다. 그것은 매번 무지막지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세계란 걸 보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는 끊임없는 개발. 이 세계에서 그것은 과거형이면서 현재형이면서 미래형이다. 아마도 미래형이란 것을 알기에 지겨운 것이다. 이 개발이란 행위는 땅만 갈아치우는 것이 아니다. 개발은 시공간을 갈아치운다. 어제도 없고 내일도 없는, 늘 오늘만 있는 현재의 세계를 만든다. 그런 곳에서 우리가 어떻게 정착이란 것을 할 수 있을까?
개발이라는 항시적 배경 앞에는 늘 나무가 있다.
우리가 3년 전에 만났던 영주댐 수몰 지역의 오래된 나무들은 또 다른 곳으로 이식되거나 고사(枯死)하였다. 여전히 개발 앞에서 나무는 파내어 지고, 시간이 삭제된 채로 다른 곳으로 이식된다.
신공항 건설을 앞둔 성산읍 난산리 마을의 후박나무
재개발을 앞둔 고덕동 주공아파트 단지의 비자나무
다산 신도시 개발 현장에 모여 있는 대왕참나무와 소나무
영주댐 수몰 지역의 느티나무
개포동 주공아파트의 메타세쿼이아
수색동 누군가의 마당에 심어져 있던 정향나무
조경업자에게 파헤쳐진 동광리 곶자왈의 팽나무
……
이 나무들은 또한 버려지거나 옮겨질 것이다.
현대의 나무가 심미적인 역할만 하고 있다면, 예부터 나무는 신이나 다른 공동체를 이어주는 네트워크로서의 나무였다. 제주도에는 아직 신목들이 남아 있지만, 유명한 신당의 신목을 제외하고는 죽거나 덩굴에 감춰져 방치된 상태로 있다. 도평뱅듸대통밧당*은 도시화된 아파트 단지 안에 감추어져 있다. 그 장소를 알려주는 이들은 대체로 마을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인데, 그들은 기억을 더듬어 제주도 방언으로 우리에게 그 위치를 알려준다. 신목은 방치된 상태에서도 뚜렷하지 않지만, 과거의 공동체와 그 사이사이에 다양한 관계들이 있었다는 것을 드러낸다. 나무의 존재는 덩굴에 휩싸인 채로 실루엣으로만 그 모습을 보여준다.
개발은 우리에게 이미 벌어진 상황이고, 피할 수 없는 조건이며 불행히도 미래 진행형이다.
‘현재의 장소’만 존재하는 이곳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은 어디선가 자리를 잡고 버티고 있을 것이다. 재개발 직전, 사람들은 사라지고 비어있는 그곳에서 식물은 짧은 시간 동안 자라나 어떤 풍경을 만들어 낸다. 덩굴은 시간의 틈새를 파고들어 끈질기게 뻗어 나간다. 이식된 나무 역시 옮겨진 장소에서 어떤 식으로든 다시 뿌리를 내릴 것이다. 그렇다면 식물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인 것인가? 시간을 끊임없이 축적하는 일과 동시에 여전히 중요한 것은 관계 맺음으로 생기는 이야기들이다. 식물은 그 자리에 정착하면서 다른 시간대를 연결할 수 있는 고리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식물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정착의 장소에 기대어 우리 역시 끊임없이 스스로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 이야기들이 나무에 덕지덕지 붙을 때 우리는 ‘지금’만이 있는 세계에서 작게나마, 혹은 잠시나마 정착이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시간의 무늬를 그리는 방법이다.
믹스라이스(양철모, 조지은) 2016


We have searched for trees for a while. They were mostly trees that had been arranged to be moved somewhere according to development plans, that had been temporarily planted in the places and that had just been transplanted. Some of them were old village trees which are a few hundred years old. We found that there was a shared landscape of “development” among them. This landscape always seemed outrageous to us. The development has existed since we first encountered a world where we are now living, and it’s making progress at this very moment. In this world, development has been the past, the present and also the future. Because we know that development will be there in the future, it feels much more tiring. The action of development isn’t simply about plowing over the land. It is also the action of turning over time and space and thereby creating a world where there is no yesterday or tomorrow but only today. Then how can we settle down in such a world?
There are always trees in the landscape of development.
Those trees we met three years ago in the submerged area after the construction of Yeongju Dam have now been transplanted to other places or partly withered. Still, trees are unearthed and transplanted to other places all the time in the landscape of development with their history cut off.
Silver magnolia in Nansari Village of Sungsan-eup, before the construction of a new airport
Nutmeg tree in the GodeokJugong apartment complex, before its redevelopment
Great oak tree and pine tree in the construction site of Dasan new town, corrected to be transplanted
Zelkova tree in the submerged area after the construction of Yeongju Dam
Metasequoia at Jugong apartment complex in Gaepo-dong
Clove planted in somebody’s yard in Susaek-dong
Hackberry of Gotjawal* in Donggwang-ri after violation by landscape designers.
……
These trees will also be abandoned or moved to somewhere else.
If today’s trees only exist for playing an aesthetic part in contemporary society, trees functioned as a network to connect gods and communities in the past. There are sacred trees still remaining in Jeju Island. However, most sacred trees have died out or have been abandoned behind vines even if they are surviving except for those in famous shrines.
DopyeongBangduiDaetongBaat Dang*Shrine in Jeju Island is now concealed beneath an urbanized apartment complex. Grandmothers and grandfathers of the town can tell us where the sacred tree is hidden by recollecting their old memories and expressing them through the Jeju dialect. In the case of abandonment, the sacred tree still exposes faint traces of the varied relationships that existed in the past community. The tree is now covered by the development landscape and only reveals its existence as a vague silhouette.
Development is currently occurring around us, which is an unavoidable condition. And it will be still here in the future. But plants still take root and endure living in this world where we are living by holding only the present moments. They create the landscape of their own for a very short period of time even in the places where development will take over shortly. Vines snuggle into cracks of time and ramble over persistently. Transplanted trees also take some time to spread their roots somehow in new places. We might need ‘time’ just like them. Not only accumulating time continuously, but stories by building new relationships are crucial. Plants develop links to connect different times by settling down in varied places. We also need to make our own stories by relying on the places where plants settle down. We might have a slim possibility for settling down briefly when these stories are attached to trees in the world where only the present exists. This is the way we draw the pattern of time.
mixrice(Jieun Cho, Chulmo Yang)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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