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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도 세계화 ‘타국살이’ 2억명 육박

이민도 세계화 ‘타국살이’ 2억명 육박




전세계에서 ‘타국살이’를 하고 있는 인구는 약 2억명.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6일 유엔총회에 제출한 ‘이주의 새 시대를 위한 초기 로드맵’ 보고서에서 “2005년 말 현재 1억9천1백만여명이 자신이 태어난 국가 외의 지역에서 살고 있다”며 “우리는 이주가 세계적인 현상이 된 ‘이주의 시대’ 한가운데에 있다”고 말했다.



◇신유목민 물결=2005년 말 현재 이민자는 1990년(1억5천5백만명)보다 21% 정도 증가했다. 41개 국가에서는 인구의 20% 이상이 이민자다.

인구 이동의 대부분은 ‘경제 부국’에 집중됐다. 전체 이민자 중 1억1천5백만명은 영국·프랑스 등 선진국에, 7천5백만명은 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이주했다. 한국·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연합 등 개발도상국을 포함해 임금이 높은 국가로 저임금 국가 출신들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 아난 총장은 “남부 유럽 몇몇 국가들과 한국, 칠레 등 많은 국가들이 최근 눈부신 성장을 했으며 이들 국가는 이민자들에게 매력적인 정착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의 다각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전체 이민자 5명 중 1명은 미국에서 살고 있다. 이민자의 절반가량이 여성이며, 선진국에서는 여성 이민자가 남성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정착한 곳은 유럽(35%)이었고 북미(23%), 아시아(28%)가 그 뒤를 이었다. 아프리카(9%), 남미·카리브 지역(3%), 오세아니아(3%)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졌다.

◇이민자의 힘=보고서는 이민자들이 모국과 정착 국가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민자를 받아들인 국가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국민이 꺼리는 업종에 종사함으로써 경제활동이 활성화되고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5세 이상 대졸자·경력자 등이 주로 이민오고 있어 ‘숙련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전세계적으로 이민자들이 본국에 송금한 돈은 95년 1천20억달러에서 2005년 2천3백20억달러로 늘었다. 이 가운데 3분의 1은 인도·중국·멕시코·프랑스로 송금됐다. 필리핀·세르비아·몬테네그로 등 일부 빈국에서는 이민자들이 보내오는 송금이 국가 소득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본과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특징으로 하는 세계화가 진척되면서 이민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1조3천억달러가 넘는 헤지펀드 자금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보기술(IT)의 발달은 자본의 세계화와 맞물려 ‘신유목민 시대’를 앞당기는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유목민 시대’에는 그늘도 짙다. 보내는 나라, 받아들이는 나라는 물론 이주민에게도 기회와 함께 고통이 수반되고 있다. 유엔이 이민문제를 거론하는 이유다.

◇국제 공조틀 짜야=이민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영국·미국 등 세계 각국 정부는 최근 이민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밀수, 외국인 노동자에 의한 내국인 실업 증가 등을 문제삼는 것.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이민 조건을 까다롭게 만드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미국에서는 몰래 들어오는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에 방책을 건설하고 있다.

불법 이민자는 고용주에 의한 학대, 인종차별 등 인권 침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 모국은 고급인력이 빠져나가 ‘두뇌 유출’의 부작용을 앓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아난 총장은 유엔에 이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상설 포럼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이민을 개별 국가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전세계가 함께 포괄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다. 그는 “세계가 이민을 통해 함께 발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아난 총장은 “국가간 인구 이동은 올바른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국가와 이민자를 내보내는 국가 모두에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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