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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아내들에게 한국문화 가르쳐야죠”



필리핀 부인 정착 애쓰는 공무원 오기철씨
99년 국제결혼 6살 딸·5살 아들 낳고 알콩달콩
사회에선 “영어강사 안돼”…동남아인 인권침해
‘16만 외국인 아내’에 대한 국가정책 아쉬워

기능직 공무원 오기철(45·광주시 남구 월산5동)씨는 필리핀 출신 아내한테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필리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7년전 시집온 베벌리 엠마퀼링(31·필리핀 마콜르 출신)이 남편 나라에서 받는 차별을 어찌 해결해줄 방도가 없기 때문이란다.
“생계도 보태고 이국땅 외로움도 덜어줄 겸 아내의 영어학원 강사 자리를 알아본 적이 있어요. 필리핀 등 동남아 출신들에겐 강사일이 막혀 있더라구요. 일시 체류자도 아닌데, 인권침해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오씨는 “매월 1백만원 이상 드는 필리핀 어학연수 보내는 것과 일정한 실력을 갖춰 검증받은 한국정착 필리핀인 채용과 어느 게 국가를 위해 필요한지 당국은 별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오씨 부부를 안타깝게 하는 것은 이뿐 아니다. “전문대 출신인 아내가 작년말 광주의 4년제 대학 영문과에 편입지원서를 냈어요. 면접 보라고 해 갔더니 영어 한마디 없이 한국말로만 묻더래요. 우리말이 서툰 아내는 실력발휘도 못하고 떨어졌습니다. 한국사람이 됐다고 외국출신이 한국말 잘 할 수는 없잖아요. 서울의 필리핀 대사관까지 가 서류다 뭐다 준비하던 아내가 허탈해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는 “내가 없더라도 한국에서 잘 적응하려면 한국에서 대학을 나와야 한다고 아내한테 얘기한 게 되레 후회가 되더라”고 했다.

그는 99년 5월 나주에 살고 있는 처형 지인 소개로 아내를 만나 그해 12월 국제결혼에 골인해 딸(6살) 아들(5살)을 두고 있다. 처음엔 주변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오씨는 자녀들을 2~3년에 한번씩은 필리핀 외가에 꼭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 자신 어려운 형편이지만 “5년에 한번꼴은 처가를 찾기 위해 열심히 돈 모으는 중”이라고 했다.

오씨는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외국여성이 90년대 4천7백여명에서 작년 4만3천명으로 10배 정도 늘어나, 16만명 정도에 이르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저출산으로 인력 부족으로 훗날 사회문제화하기 전에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혼 후 혼자 사는 외국인 여성도 늘어나느데, 이들은 언어소통도 안돼 이중삼중의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외국인 결혼여성들에 대해 1년 정도 표본조사를 해보면 구체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이를 해결해야 할지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국가가 나서야 할 것 같아요. 물론 법적으로 이들을 관리할 근거를 마련하고 당사자나 국민들께 그 필요성을 설득시켜야겠지요.”

그는 “외국출신 한국아내들을 위해 한마디 더하겠다”며 이 말은 꼭 기사화해달라고 했다. “이들한테 한국문화와 역사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지금도 지자체에서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가령 베트남 사람들에겐 베트남어를 전공한 한국인이 전문적으로 교육해야지요. 시늉만 하는 프로그램 이젠 그만해야죠.”

광주 5·18 유공자인 오씨는 31일 오후 2시 한국인권재단 주최로 서울시청옆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리는 ‘월례 인권대화’에서 자신의 경험을 발표한다. 그는 ‘농촌남성의 결혼과 외국인 아내의 한국사회 적응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 긴 제목만큼이나 사연도, 할 말도 많다고 했다.

이상기 기자 amig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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