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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처녀와 결혼하세요”와 “하인즈 워드”

[최은아의 인권수다] 2 : 혈통주의 넘어 시민권의 재구성 필요

작년 6월 꽉 짜여진 서울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잠시 바람을 쏘이러 축령산 산림욕장에 들른 적이 있다.

가는 도중, 교차로에서 갖가지 현수막이 나부끼는데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란 현수막으로 시선이 쏠렸다. 그 현수막을 본 내 동료는 용감하게도 현수막을 지탱하고 있던 밧줄을 때어냈다.

요즘, 한국사회의 주제어는 ‘하인즈 워드’이다. 미군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미식축구 챔피언에 대한 관심은 비정상적일만큼 압도적이다. 정치권도 혼혈인 처우개선의 대책을 담은 ‘국제결혼가정에 대한 차별금지법’이나 ‘혼혈인 및 혼혈인 가족 지원법’을 앞 다투어 내놓고 있다.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와 ‘하인즈 워드’ 두 가지 아이콘이 존재하는 한국사회에서, 이 둘을 통합하는 주제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인식과 제도의 변화, 어디로부터 출발한것인가에 있다.

‘단일민족’ ‘순혈주의’ 강조하는 인종주의 성찰해야

우선, 다문화 가족 구성원의 실체를 인정하는 가운데 접근할 필요가 있다. 2005년 국제결혼 수가 국내 총 혼인건수의 13.6%에 이르고 농어촌은 네 가구 중 한 가구가(27%) 국제결혼가족이다.

현재 한국남성과 국제결혼 한 이주 여성은 약 15만 명이며, 국내 초·중·고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족의 학생 수는 6,121명에 이른다. 여기에 등록·미등록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을 포함하면 이미 한국사회는 인구학적으로 다양한 인종의 구성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단일민족 신화는 ‘우리’라는 공동체를 이루는 다양한 실체를 무시한 또 다른 인종주의이다. 그 인종주의는 실체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결혼이주여성과 아이들, 등록·미등록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 차별 구조로 이어진다.

‘단일민족’ ‘순혈주의’ 속에 내재된 부계중심 혈통주의는 그 범위 내에 포함된 사람만을 그 사회의 시민으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현재 한국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은 국적취득 전까지는 한국사회에서 ‘시민권’자가 아닌 ‘외국인’으로 남는다. 그렇다보니, 국민으로 누려야할 권리가 제한된다.

결혼이주여성, 다양한 사회적 차별과 배제 경험

<국제결혼 이주여성 실태조사 및 보건복지 지원 정책방안>(2005, 설동훈 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5년 가구 당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할 때 결혼이주가족의 절반이 넘는 52.9%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수준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구소득이 최저생계비 50%이하의 수준에 있는 경우도 절반에 가까운 44.2%이다. 반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 수급자의 비율은 매우 낮다. 또한 결혼이주여성은 의료보장체계에서도 3분의 1정도는 배제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이주여성은 대개 거주비자로 체류자격을 획득하고 그 과정에서 ‘남편’이 신원을 보증해야 한다. 2년이 경과된 후 국적취득 과정에서도 남편이 동행해야 한다. 결혼이주여성은 국적 취득 전까지 외국인의 위치로 각종 사회보장 체계에서 권리의 제한을 경험하게 한다.

이렇듯 결혼이주여성이 공적 서비스에서 제외되는 것은 혈연·민족에 기반 한 ‘국민’이라는 범주와 ‘시민권’의 확장과 재해석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다양한 문화에 대한 교차적 이해 시급

인터넷에서 국제결혼이주 여성으로 검색을 해보니,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 꽤 많다. 그런데 슬슬 의문이 든다. 왜 서로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는가? 우리 자신의 변화 없이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가능한가?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인으로 단지 같아지면 되는가?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와 ‘하인즈 워드’ 두 가지 아이콘은 한국사회가 어떤 자기 변화의 과정을 필요로 하는지 묻는다.


최은아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근 활동가로 <코리아포커스> 칼럼 코너에 [최은아의 인권수다]를 기고하고 있다. 그녀는 인권문제 전문가로서 한국사회의 인권감수성 및 인권지수가 지금보다 월등히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학시절에는 카톨릭학생회에서 활동했던 그녀는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지난 94년부터 지금까지 13년째 일하고 있다. 인권운동과 함께 평화운동에도 관심이 많다. 폭력과 전쟁이야말로 가장 극단적인 반인권 상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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