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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의 베트남 “나는 편히 잠들 수 없다”



베트남여성연합회가 보낸 편지와 보반끼엣 전 총리의 분노
“명예와 인격을 침해당하지 않도록 함께 목소리를 높여주세요”

불평등한 국제결혼에 베트남 정부가 개혁의 칼을 휘두르는 것일까. <조선일보> 기사로 촉발된 이번 사태에 대한 베트남의 대응은 예전에 비해 즉각적이고 단호했다.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이 문제가 몰고 올 파장이 예상 외로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여성연합회는 4월27일 한명숙 국무총리와 여성가족부 등 정부기관은 물론 여성경제인협회, 여성개발원, 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에 베트남 여성에 대한 인격과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고, <조선일보>에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베트남여성연합회는 불법으로 운영되는 호찌민의 한국 및 기타 결혼중개업체들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밝혔다. 이는 공안당국과 협조해 베트남 현지의 한국중개업체를 조사한 뒤 법률에 따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한국 남성과의 결혼이 강압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를 밝히라는 지시도 포함됐다.

베트남여성연합회는 회원 수가 1300만 명이 넘는 베트남 최대의 여성 조직이다. 공산당 중앙위원인 하티키엣이 주석을 맡고 있다. 그는 공식 일정도 취소한 채 긴급 회의를 주재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베트남 공산당의 원로인 보반끼엣 전 총리는 하티키엣 주석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하티키엣 주석의 베트남여성연합회가 보낸 편지와 보반끼엣 전 총리의 편지를 공개한다. <한겨레21>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한국의 사회조직들에게 요청드립니다






베트남여성연합회는 한국의 친구들에게 가장 따스한 감정을 담아 우애의 인사를 전합니다. 우리가 이 편지를 쓰는 것은 친구들의 공감과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모든 베트남 국민들은, 특히 베트남 여성들은 2006년 4월21일 <조선일보>에 실린 “베트남 처녀들, 희망의 땅 코리아로”라는 제목의 기사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베트남 여성들의, 좀더 직접적으로는 한국인 남편을 둔 베트남 여성들의 명예와 인격과 인권을 침해했습니다. 우리는 이 기사가 우리나라에서 격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데 깊은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베트남 여성과 외국인 남성의 결혼은 두 사람 사이의 자발적 사랑을 바탕으로 법률의 보호 아래 이루어집니다. 베트남 여성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베트남여성연합회는 국내에서든 국외에서든,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간에 매매를 당하는 여성을, 보호와 도움을 받아야 하는 피해자로 보고 있습니다. 불법적인 결혼 중개와 관련된 모든 행위는 도덕과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며, 여론의 심판과 법률의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물론 우리는 한국의 몇몇 단체와 개인, 그리고 베트남 유학생들이 적시에 이 기사에서 보이는 언론의 무책임한 태도와 방관적 자세를 고발하고 반대에 나섰다는 감격스러운 소식을 들은 바 있습니다. 하노이에 있는 한국대사관은 <조선일보>의 사과를 베트남 사람들에게 전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런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베트남여성연합회는 한국 친구들의 공감과 옹호, 협력을 받게 되기를 원하며, 한국의 여러 단체와 개인들이 한국에 사는 베트남 여성들의 인권과 인격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를 고발하고, 그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주시기를 희망합니다. 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또 장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그리고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들의 인격과 행복을 보장하기 위해서 두 나라의 관계기관과 여러 사회조직들이 행동을 같이하고 협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뜻을 정중하게 전합니다.

2006년 4월27일 베트남여성연합회


나도 편히 잠들 수 없다네


하티키엣 동지에게.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병원에 다녀왔네. 며칠 요양이 필요하다는 의사들의 권유가 있어 집에서 쉬는 동안, 베트남여성연합회 주석의 자격으로 동지의 의견을 밝힌 ‘나는 편히 잠들 수 없었다’라는 인터뷰 기사를 읽게 되었지. 그래서 동지와 더 의견을 교환하고 싶었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대만, 싱가포르, 한국으로 간 베트남 신부들의 비슷한 이야기가 수없이 신문에 실렸지.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내가 이 문제를 더욱 아프게 받아들이는 것은, 이것이 바로 외국인의 눈에 비치는 우리 베트남 여성들의 치욕스러운 이미지이기 때문이야.

내가 다른 나라에 시집가는 우리 아이들 문제에 대해 많은 관계기관과 지방기관에 그토록 여러 번 되풀이해서 호소를 해왔건만, 중앙에서 지방에 이르기까지 당의 어떤 정치조직에서도 이 문제의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아무런 조치도 없이 갈팡질팡 헤매기만 한 것 같네. 이래서야 어떻게 우리 베트남 여성의 전통을 지켜나갈 수 있겠는가? 도대체 누가 이 치욕을 씻고 이 아픔을 덜어줄 수 있단 말인가?

보반끼엣/ 베트남 전 총리











“나는 편히 잠들 수 없었다”
베트남 뚜오이쩨 신문에 실린 하티키엣 여성연합회 주석의 인터뷰


4월 26일,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이자 베트남여성연합회 주석인 하티키엣은 중앙정부 회의 참석도 미루고 4월 21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베트남 처녀,“희망의 땅, 코리아로”>와 관련, 베트남 여성과 한국 남성 간 국제결혼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여성연합회 간부들과 회의를 가졌다.

다음은 뚜오이쩨 신문에 실린 하 티 키엣 인터뷰 내용이다.


이번 사태를 접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 같은 여성으로서 뚜오이쩨 신문에 실린 기사를 읽으며 마음이 많이 아프고 자존심도 상했다. 베트남 여성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베트남 자매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베트남 여성들이 상품처럼 다뤄지는 모습을 보니, 더구나 외국 기자가 쓴 신문기사에 이런 내용이 실린 것을 생각하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조선일보가 기사에서 베트남 여성들을 상품처럼 묘사한 것은 매우 모욕적이다.


그러면 베트남여성연합회는 이 ‘아픔’을 어떻게 씻을 것인지?

- 이 소식을 알게 된 후, 연합회 간부들과 함께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늘(4월 26일) 오후 정부 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연합회의 모든 자매들은 매우 격앙된 상태다. 우리는 회의에서 바로 할 일을 결정했다. 우리는 내일쯤 한국 국무총리, 한국 여성가족부, 한국여성단체연합, 그리고 다른 시민단체들에 이 문제의 빠른 해결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낼 것이다. 그리고 조선일보에는 베트남 여성들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편지를 보낼 것이다.

우리는 베트남여성연합회 산하 호치민여성연합회와 성(베트남 행정 구역. 한국의 도에 해당)의 책임자들에게 불법적인 국제결혼알선업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문서를 보낼 예정이다. 또한 외국인 남성과의 결혼을 알선하는 업체들의 거점을 없애는 문제에 대해 경찰총국의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국제결혼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 맞다. 지난해에 한국 중개업체의 거점과 거래망이 드러난 일도 있었다. 우리는 이 문제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베트남 여성의 자존심과 관련이 있다. 때문에 지난해 베트남여성연합회 집행위원회는 외국 남성과의 결혼 문제를 여성과 관련된 사회문제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의결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베트남여성연합회는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 우리는 농촌의 실업여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구직과 취업 과정에서 어떻게 평등을 보장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자매들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같은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가까운 시간 안에 연합회의 주장, 의결들을 전국의 여성들에게 더 강력하게 알리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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