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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국가, 지구화 그리고 여성의 섹슈얼리티(김은실)

국민국가, 지구화 그리고 여성의 섹슈얼리티(김은실)  


*이 원고는 2002년 12월 영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에서 주최한 학술회의 ' 근대성을 넘어, 민족을 넘어'
-한국근대성 인식과 타자의 문화-에서 발표된 발표문 입니다.


                                국민국가, 지구화 그리고 여성의 섹슈얼리티

                                                                                                     김은실 (이화여대 / 여성학)

1. 들어가는 말

오늘날 글로발 시민이어야 한다는 언명은 근대적 인간 정체성의 핵심을 구성했던 국민국가의 정체성을 둘러싼 새로운 정치학들을 발생시키고 있다. 특히 국민정체성에 여성이 매개되면 그 지평은 글로발과 국민국가를 둘러싸고 간단하지 않게 전개된다. 여성이어야 하는 것과 국민이어야 하는 것, 그리고 지구화의 시민이 되는 것은 경합과 모순 그리고 타협을 통한 새로운 정치학적 구도를 계속적으로 만들어간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에서 구체적인 삶이 이루어지는 지역을 둘러싼 새로운 정체성의 정치학은 어떠한 방식으로 논의될 수 있는 것인지를 모색해보는 것은 끊임없이 사람들을 이주시키고 또 특정지역에 정착하게 만드는 지구화 시대에 중요한 화두이다. 특히 국민국가의 규제에 걸려 불법체류자가 되야 하고, 그것으로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살아야하는 지구화 시대의 유목민들에게는 당장의 현실적인 문제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글은 아니다. 단지 새롭게 등장하는 여성주체들의 위치성을 드러내는 것에 의해 지구화 과정 속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만들어내는 국민국가와의 다양한 모순적인 관계성을 드러내고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섹슈얼리티의 상품으로 국가의 경계들 사이를 항해하는 여성들이 세계 시민으로서, 시민적 권리를 지닌 특정 지역에 주민으로 사는 것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 논문은 지구화의 과정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위치하는 다양한 현실이 드러내는 문제를 중심으로 지구화와 국민국가 그리고 국적에 기반한 권리를 지닌 여성과 비국민 여성들의 인권이 경합하고 충돌하는 지점을 페미니스트적으로 읽어 내고자 한다.

2. 지구화, 국민국가의 위기와 남성주체

20세기 후반에 강한 국가 주도의 근대화를 경험하면서 한국인들은 서구적인 것, 근대적인 것에 대한 강한 욕망을 체화해왔다. 그러면서 모방해야하는 것 그리고 도달해야하는 것으로서의 서구 그리고 극복해야하는 것으로서의 아시아 혹은 비서구라는 세계인식을 구성해왔다. 20세기 후반에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는 글로발라이제션과 함께 한국은 자신을 위치시키는 욕망의 언설구조를 근대화에서 세계화로 바꾸게 되는데, 여기서 세계화는 우리가 세계의 중심으로 진입하는 것을 의미했다. 세계화 담론에는 서구/미국/백인남성과의 경합, 경쟁이 내포되는데 한국인들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세계 속의 중심이 되어야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와중에 1997년 말에 한국은 소위 외환위기를 맞게 된다. IMF로 대표되는 국제금융자본은 사회전반에 걸린 구조조정을 요구하게 되고, 한국은 IMF의 관리 하에서 구조조정을 수용하게 된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세계 금융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민족국가인 한국의 자율성이란 것이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경험을 하게된다. 이런 과정에서 과거 식민지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다양한 언설들은 지구적 자본주의 하에서 민족 국가인 한국을 서구 특히 미국으로부터 지켜야한다는 강한 민족주의 담론을 소환한다.

외환위기 시 한국인의 의식을 지배했던 정치적 수사는 국가를 다시 강하게 만드는 것, 고개 숙인 '아버지'를 도와 그들의 고개를 다시 세우는 것이었다. 따라서 민족적 정체성을 강하게 해야한다는 언설은 구체적으로 '고개 숙인 가장 돕기' 그래서 남자 대신 여자들이 먼저 해고되는 것, 여성들의 금반지로 기표화되는 외채를 갚기 위한 '금모으기 운동' 등을 사회적 실천으로 제기하게 된다. 이러한 위기에 대한 또 다른 대안 언설은 국민국가가 주체가 되어 우리 자신을 자본주의 세계질서로 적극 통합시켜야한다는 지구적 자본주의화의 언설인데, 이것을 상징화하는 문구가 "BUY KOREA"라고 볼 수 있다. 이 문구의 담론적 힘은 "국가의 상품화"까지를 함의하는 것으로 국가, 장소, 인간의 가치를 모두 상품화할 수 있다는 엄청난 시장/국가 이데올로기를 구성해내는 것이었다 (문부식 1999). 이러한 언설 속에서 상품의 글로발 시장화에 저항하거나 혹은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인간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소외되기 시작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은 여전히 모방하고 전유할 가치가 있는 강한 것 그리고 극복되어야하는 저항의 대상으로서의 "미국"에 대한 욕망과 동시에 정복할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는 '식민화'의 대상으로서의 "아시아"를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속의 시민/한국인"과 민족국가 내의 '우리'의 정체성은 시장을 창출하고 상품을 파는 것으로 화해되는 것은 아니다. 그 양자는 서로 경합되고 모순되는 글로발라이제이션의 한 과정으로 존재한다. 지향으로서의 지구화이든 민족국가의 위기로서의 지구화이든 간에 지구화는 한국인 모두에게 동일하고 균일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었다.

김소영은 IMF관리 체제 이후에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한국형 블록버스트 영화를 분석했다(김소영 2001). 그녀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란 할리우드 블록버스트의 모방적 형식으로, (제작규모와 관객동원의 규모을 가지고 한국에서의 블록버스트 여부를 설명하는데), 한국의 블록버스터 영화는 포스트 IMF의 정치적 경제적 산업적 구성물이라고 보았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이제까지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막대한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면서 자본주의의 전지구화, 문화산업의 초국적 자본주의화라는 맥락에서 만들어졌다. 이 영화들 속에서 김소영이 제기하는 성별 정치학은 남한 여성들의 실종이다. 한국형 블럭버스터 영화들은 한국영화에서 주변적인 아버지/남성들이 자신들의 주체성을 구성해내기 위한 타자로 남한 여성이 아닌 북한, 스위스, 중국, 홍콩 여성들을 동원해내고 있다. 김소영은 이제 남한 여성들은 지구적 자본주의 시대의 재현의 장에서 시장의 가치, 교환의 가치를 상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쓰고 있다. 그래서 <공동경비구역 JSA>의 여성주인공은 스위스 한국 동포이고, <쉬리>에서는 북한여성이고 <파이란>에서는 중국에서 온 여성노동자이다. 지구화시대 초국적 자본주의 산업논리 속에서 만들어지는 한국 영화에서 재현되어지는 여성들은 다른 국가나 민족에 속해있거나, 괴물이거나 엽기적인 여자이거나 조폭 마누라이다.

물론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 재현의 장에는 한국여성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문화시장에서 소비되지 않는다. 지구화되는 2002년에 한국사회에서 20세 젊은 여성들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던 젊은 여성감독이 만든 <고양이를 부탁해>는 블록버스터 영화들 속에서는 실종되어버린 한국 여성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재현한다. 최근 한국의 영화 속에서 젊은 여성들은 교환가치를 창출하는 그들의 섹슈얼리티 때문에 재현되어진다. 그렇지 않을 때 그들은 교환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상품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글로발 시장에서 섹슈얼리티를 팔지 않는 저부가가치 상품인 20세 여성들의 일상이 재현되는 <고양이를 부탁해>는 그래서 많은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고, 많은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지만 서울 관객 수 2만을 동원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막을 내렸고, 영화 속의 20세 여성들은 한국을 떠난다.

초국적 자본주의화, 글로발 자본주의로 깊이 통합되어 가는 IMF이후 한국사회에서 한국을 알레고리화하는 한국남성과 보이지 않은 한국여성과의 관계, 한국남성과 타자화된 지역의 아시아 여성, 저항해야하는 자본 혹은 제국으로서의 서양/미국/백인과 한국남성 등의 관계는 지구화, 민족국가, 성별의 정치학을 둘러싼 새로운 관계의 역학과 사회관계의 배열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적 문화적 차원에서 지구화 되어가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국민국가가 처한 문화적 모순을 한국사회에서 보여주는 여성의 섹슈얼리티의 경합, 모순, 행위성의 모습을 통해 살펴보자.


3. 글로발라이제이션과 여성 이주


지구화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자본과 상품, 그리고 사람의 끊임없는 이동이 국경을 초월하여 광범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초국적 자본에 의한 문화의 상품화를 통해 선진자본주의가 상상력을 식민화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지배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구화시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이동하는 사람들은 과거 국가 간을 이동할 수 있었던 특수한 조건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학생들을 비롯하여 이주민 노동자, 다양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주 여성들까지 광범위한 집단이 포괄된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가장 가시적인 지구화의 한 측면인 다양한 인구집단의 이주는 개인적인 동기에 의해 개인적인 차원에서 결정되겠지만, 국가 간의 경계를 넘는 이주는 개인적인 선택이라기 보다는 지구화된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들이 처한 불균등한 경제발전, 송출국과 수용국의 이주정책과 노동력 이주의 상업화와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그러나 이주는 이민법 등을 통해 이민을 규제하고 비숙련 노동자를 불법체류자로 묶어 두면서 노동시장에서 자본의 입지를 더 유리하게 하는 등 이주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주 수용국에서 통제되고 제재된다 (홍기혜, 2000: 21-23).

오늘 날 한국에서는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는 외국여성들만 아니라 한국 여성들이 이주가 이전과는 양적으로 그리고 질적으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이주가 누가 어느 나라에서 어느 나라의 어떤 공간으로 이동하는가에 따라 정체성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들이 등장한다. 아주 제도적인 차원에서는 누가 한국의 국민국가 범주 내에서 국민적 권리를 가질 수 있고, 혹은 가질 수 없는가하는 국적법 논의에서 부터 불법체류와 적법 체류를 둘러싼 통제와 억압의 문제 등등이 있다. 또 한국국적을 취득하기 위한 노력이 있는가하면, 한국 국적 대신 미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한국 임산부 여성들이 미국으로 가서 출산을 하는 원정출산 등이 있고, 영어를 배워 글로발 시민이 되고자하는 영어 어학연수, 화폐 가치의 차연(difference)이 갖는 이유 때문에 공간을 이동하여 취업을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주에 있어서 20세기 말의 주요 특징 중의 하나는 이주의 여성화이다. 여성들은 항상 경제적 기회를 찾아 적극적으로 이주에 참여해왔지만, 여성들의 이주는 오랫동안 남성의 배우자나 가족의 종속적 존재로서 이주하고 있다고 간주했기 때문에 남성 이주 속에서 다루어졌고, 중요한 이슈가 되지 못했다. 혹은 남성과 관련되지 않은 여성 이주의 문제는 노동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적'인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국가 사이를 이동해가지만 이주의 문제로 다루어지기 보다는 가부장적인 규범의 제재영역 속에서 다루어져왔다. 그러나 최근 페미니스트 연구가들은 노동력의 국제적 이주를 특정한 방식으로 조직하는 중요한 축이 성별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여성 이주의 문제가 독립적으로 다루어져야한다고 주장한다. 여성들이 해외에서 남성들과 매우 다른 일을 수행한다는 것을 가시화 시키는 것은 성별에 따라 사회적 권력이 다르게 작동하는 것을 드러냄으로써 지구화시대 여성이주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힘들을 드러낼 수 있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한다.

남성 이주 노동자들이 선원이나 건축노동자로 국가의 경계를 넘을 때 여성들은 가사노동자, 성적 서비스업, 연예인이나 매춘여성, 상업화된 결혼을 통해 이주한다. 여성들이 참여하는 이주노동은 많은 경우 여성의 몸, 성이 갖는 생산성을 통해서 인데, 여성의 몸은 성적 결합이나 출산 등을 통해 항상 국민국가의 경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을 지닌다. 그래서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통해 유입국의 경제적 부를 획득하고자 한다는 이미지는 여성들 자신이 잠재적인 범법자이기 때문에 법적인 보호가 필요 없다는 인식을 가져오고 이들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국가적 통제를 정당화한다. 여성 이주자들은 유입국의 노동시장에서 국외자이기 때문에 그리고 저임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라는 주변적 위치 때문에 그리고 가사노동이나 성적 서비스 등 이들이 제공하는 노동력의 성격 때문에 더 많은 어려움과 문화적 제재를 받는다 (홍기혜 2000: 25-29).

캐더린 배리는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결혼 봉건제에서 성산업화 그리고 정상화된 매춘에 이르기까지 각 역사적 시기마다 각각의 경제적인 기반 하에서 사회적으로 다르게 구성되고 또 사회적 규범과 가치들을 통해 그 사회의 특정한 가부장적 조건에 부합하도록 형태지워진다고 보았다 (캐러린 배리 2002). 역사적 사회적 상황이 여성의 섹슈얼리티 경험을 특정한 방식으로 구조화 맥락화시킨다는 것이다. 지구화시대 섹슈얼리티는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는 담론과 이미지의 재현을 통해 초국가적인 것으로 생산되면서 성을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영역으로 그리고 교환 가능한 상품으로 산업화시켜 나가고 있다. 푸코가 말했듯이, 문화산업이나 포르노그라피 그리고 다양한 방식의 성 재현물과 성과학 담론을 통해 유포되고 또 인식되어지는 지구화 시대의 성은 건강하고 친밀한 성이 아니다. 오늘날의 성은 성의 쾌락에 대한 '진짜 이야기'들이 생산되고 있다는 담론의 확대와 자극 때문에 산업화되고 있는 것이다. 성에 대한 모든 이야기들은 많은 호기심과 소문에 의한 확신, 풍부한 비밀스런 판타지와 맹렬한 분석의 쾌락 등등이 성애의 기술들을 확산시킨다 (Foucault: 1980: 71). 이러한 맥락 속에서 생물학적이고 보편적인 여성의 육체, 섹슈얼리티로 환원되는 여성들은 그러나 초국가적인 공간에서 다른 인종, 다른 국적을 지닌 여성들과 조우하면서 그들의 피부색깔이나 국적에 따라 다른 경제적인 가치를 발생시키면서 다르게 위치 지워진다.

4. 지구화 시대 민족국가 내에서의 여성들의 성의 위계화

국민국가의 언설 내에서 여성, 특히 여성 몸/성이 어떻게 표상(재현)되는가, 그러한 표상과 여성들의 구체적 삶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어떠한 여성의 성이 적법한 국민국가의 보호, 권리의 장에 위치하고, 어떠한 여성의 성은 그 장을 벗어나는가? 한국에서는 이러한 논의들이 식민지시대 일본군에 의한 조선인 여성들의 군위안부 문제와 미군에 의한 기지촌 한국여성의 성폭력과 살인의 문제를 둘러싸고 아직까지도 페미니스트들과 민족주의자들 사이에서 쟁점이 되고 있다. 민족을 여성보다 더 넓은 범위를 포함하는 정치적 상위 범주라고 간주하는 민족주의적 접근에서는 군위안부의 성 노예화는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의 유린이고, 위안부 여성은 바로 제국주의 폭력의 희생양이라고 간주한다. 그리고 미군에 의한 기지촌 여성의 살해는 미국이 한국에 가하는 폭력의 사례이고, 알레고리로 간주한다. 그러나 민족과 여성의 범주를 구분하는 것 자체를 문제시하는 페미니스트들은 일본 제국주의가 여성을 위계화하고 특정 집단의 여성들을 성노예화하는 식민주의와 가부장제가 결합되어지는 권력의 작동방식을 문제화한다. 그리고 여성들의 섹슈얼리티가 직접적으로 매개되어 구성되는 군위안부의 문제는 국가가 국가의 제도인 남성조직인 군대를 유지시키기 위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동원하는 국민국가의 가부장적 성별관의 산물이라고 본다.

또한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은 미군에 의한 기지촌 여성의 살해가 기지촌 여성에 가해지는 미국 남성 군인에 의한 (성) 폭력이라기 보다는 미국이 한국에 가하는 폭력이라고 읽혀지게 되면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정치적 국제적 이슈라는 것을 지워버리게 된다는 것을 지적해왔다 (캐더린 문, 2002). 그리고 여성의 문제는 항상 국가나 사회의 문제제기를 위해 도구화 수단화된다는 것을 비판해왔다 (정유진 2000). 여성의 성을 둘러싼 민족주의/국가주의 담론에서는 항상 여성 섹슈얼리티가 국민국가의 전통, 국민/남성 명예의 표상으로 구축된다.그래서 국가의 전통이나 국민/남성의 명예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섹슈얼리티를 지닌 여성들은 집단성원으로서의 자격과 권리가 박탈되어 왔다. 이것이 국민국가의 근대적 공간에 정박된 국민의 하위 범주로서의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논하는 민족주의 서사구조였다.

지구화 과정에서 남성중심적 권력은 여성을 성으로 환원시키지만, 여성들이 성적으로 종속되어지는 방식과 성의 상품적 가치는 동일한 방식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인종적, 국가적, 계급적 그리고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절합된다. 여성들이 국민국가의 영토 내에 정박되지 않고 스스로 국민국가의 영토를 횡단하고 경계를 넘는 이주를 시작하게 되면서 여성 섹슈얼리티의 의미가 조직되고 구성되어지는 방식이 달라지는데 이때 여성들의 섹슈얼리티의 종속과 상품성은 공식/비공식, 합법/불법, 인종적 유사/차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국민국가를 경계로 여성들 사이에서 경합된다.

다음의 사례들은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지구화된 공간에서 어떠한 가치를 어떠한 방식으로 구성해내는가를 드러내기 위해 선택되었다. 아래의 사례들을 통해 지구화와 여성의 섹슈얼리티 그리고 국민국가의 관계를 살펴보고, 여성의 이주가 국민 국가의 공적/합법적인 담론과 어떻게 맞물리고 있는지, 이러한 공간에서 여성들이 보여주는 행위성의 정치적 의미는 어떻게 모색해야하는지를 생각해 보고자한다.


(1) 여성의 성 규범은 국가의 도덕성을 담지한다?
2001년 봄에 한국에서 여성학을 공부하고 한국에 거주하는 한 일본인 페미니스트가 내 학부 수업에서 일본에서 통념화 되어 있는 한국여성에 대한 관념과 이미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학생들은 한국사람들이 갖고 있는 일본 여성들에 대한 일반적 통념들을 보고했다. 거기서 드러난 것은 일본여성이든 한국여성이든 한국에서 그리고 일본에서 여성들은 성적인 존재로 상징화되고, 환원되면서 여성의 성이 국가의 도덕성을 설명하는 지표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 수업에 있었던 한국 여대생들은 일본여성들은 성적으로 너무 쉽고, 개방적이고, 여성의 성에 대한 수치심이나 정절의식이 없다라는 것이고, 그것들을 증명하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예로 들었다. 에피소드의 출처는 한국에서 통념화된 언설이나 여행객들의 이야기 등등이었는데, 내 수업에 들어와 있는 일본학생과 일본인 강사는 일본여성에 대한 그러한 이야기는 현실성이 전혀 없고, 어떤 이야기는 일본의 역사성을 배제한 채 '한국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곧 감정적인 기분 나쁨과 분노로 전화되었는데, 한국사람들은 한국사람이 갖고있는 일본여성에 대한 통념을 일본여성 개인들에게 투사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항상 개인이 집단성을 소유하고 있다고 간주하고, 그렇게 취급당하는 것으로부터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싫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본여성도 한국여성에 대해 똑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여기서 통념화된 일본여성이나 한국여성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했다.

세계화 정책과 글로발라이제이션의 현실은 한국의 많은 여대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나라를 경험하게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글로발 시민이 되는 가장 중요한 자격요건인 영어를 공부하기 위한 해외 어학연수는 많은 여대생들이 실천하고 있는 지구화된 삶의 일부가 되고 있고, 이러한 과정은 한국 여자로서 자신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위 수업에서 한 여학생은 자신이 미국에 있을 때 미국남자들은 (여기서의 미국남자는 백인남자를 의미한다) 일본 여성에 비해 한국여성들은 성적으로 보수적이고 사귀기가 쉽지 않지만 그것이 한국여성들을 신비롭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고 자기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대신에 일본여성들은 미국에 오면 쉽게 동거를 하고, 성에 대해 너무 개방적이기 때문에 한국여성보다 '여성적'이지 않다라고 간주된다는 것이다. 이슈는 미국남성이 일본 여성과 한국 여성을 차별화하고 거기에 다른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인데, 왜 한국여성은 미국 남성이 한국여성을 일본여성과 차별화하는 것을 '칭찬'이나 '긍정적 평가'라고 간주하는가하는 것이었다. 또 일본 여성의 성적 개방성은 한국남성들로 하여금 일본여자들과 쉽게 자고, 그들을 또 쉽게 버리게하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한국 남성들은 개방적인 일본여성들의 성은 책임질 필요가 없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 유학하는 한국 남학생들은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부터 해방된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 일본여자하고 자는 것이 하나의 광복절 기념행사가 되고 있고, 그것을 한국남학생들은 후지산에 태극기를 꽂다라고 표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왜 한국여성들은 일본 여성과 동일시되기 보다 한국남성과 동일시되거나 미국남성과 동일시되는가? 그리고 왜 한국여성들은 일본여성보다 한국여성이 성적으로 더 보수적이고 '도덕적'이라고 간주되는 것을 더 긍정적인 것이라고 간주할까? 그리고 어떻게 해서 일본여성들이 성적으로 개방적이라고 하는 것이 일본이 한국보다 덜 도덕적이라는 것과 연관되는 것일까? 이런 맥락에서 언어 연수를 하고 있는 한국의 여대생은 '한국여성'이고 미국에서 포르노 배우를 하고 있는 한국여성은 포르노 배우로 정체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에서 한국여성과 일본여성이 구별되어지는 맥락이란 어떠한 장인가라는 것들이 질문이 되면서 격렬한 감정적인 논란이 벌어졌다. 수업을 듣고 있었던 일본인 유학생은 똑 같은 말을 일본인 여학생도 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왜 어떤 여성의 경험은 '한국' 여성이라는 민족국가의 상징으로 전환되고 또 어떤 여성의 경험은 예외적인 것으로 간주되어지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었다. 학생들은 이러한 질문 앞에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여성의 성 경험이나 성적인 명성은 여성들에 의해 가치평가가 되어지는 것은 아니고, 남성의 이해와 관련되어 있거나, 여성의 성애화는 민족국가들 간의 위신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2) 국민국가와 외화를 버는 기지촌의 한국여성, 외화를 유출하는 기지촌의 외국인 여성들

지구화가 진행되면서 이제까지 국가와 국민이 하나의 이해를 갖고 있다고 간주되었던 생각들이 새로운 국면에 직면하게 된다. 외국남자로부터 외화를 벌어오는 한국여성과 한국남성으로부터 돈을 벌어 국외로 송금하는 필리핀 여성 중에서 국민국가인 한국은 누구를 더 보호해야 하는가, 국민국가는 누구 편인가라는 질문을 기지촌의 한국여성들이 제기했다.

1998년 2월 20일 전북 군산에 있는 미군 기지촌 '아메리카타운'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유인물 수백 장을 만들어 군산대 학생과 택시 기사들에게 나눠주고, 또 한 언론 기관에 유인물을 보내는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한국여성을 고용하는 것 보다 비용이 덜 든다는 이유로 업주들이 자신들의 일자리에 필리핀 여성을 고용하는 것에 항의하고 있었다. 그들은 "...업주들은 얄팍한 상술로 필리핀 여성들을 고용하여 한푼이라도 벌어들어야 할 외화를 외국여성에게 선불로 주며 우리 내국인 여성들에게는 선불이자를 받는 파렴치한들입니다....경멸 당하면서도 애국하겠다고 하는 우리에게 필리핀 여성들을 고용하여 외화를 방출하는 업주들의 행태는 애국입니까 매국입니까?" 그들은 "미군들의 경멸 속에서도 비참함을 느꼈지만 어려울 때 한푼이라도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가졌다," "필리핀 여성들 때문에 '애국'할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기지촌의 한국인 여성들은 필리핀 여성들은 불법 입국자들이고, 또 우리의 외화를 외국으로 나가게 하는 창구여서 "시청과 경찰서, 출입국 관리소 등에 필리핀 여성들의 불법취업을 막아달라고 호소했지만 비웃음만 돌아왔다. 우리는 왜 경제 살리기에 동참하면 안됩니까"라고 질문한다 (한계레신문: 1998/02/20).

더욱이 1977년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에서 외국인 여성들을 고용하여 외화를 주는 것은 외화유출이고 매국이라고 이들은 주장하는데, "IMF 시대다 해서 나라 경제가 이 모양인데 달러를 필리핀 애들한테 줘서야 되겠어요. 우리 한국여성들은 주로 미군들 돈을 받아내고 있어요. 달러를 버는 역군들입니다. 같은 값이면 왜 같은 민족의 피를 빨아 먹습니까? 그런데 필리핀 여성들의 손님은 주로 한국사람들이다.... 한국여성과 필리핀 여성의 문제는 달러를 벌어들이는 애국자와 달러를 밖으로 내보내는 매국자들 사이의 문제인데 왜 정부가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여성과 한국 경제를 살리고 싶어 기자와 만났는데 기사를 써주지 않았다" (말, 1998/5)라고 기지촌의 한국여성들은 그들의 항의 행위를 생존권과 애국 투쟁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업주들은 아메리카 타운에서 필리핀 여성들이 들어오는 것은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 여성들에 비해 싸고 (예를 들어 한국 여성들은 업주와 5:5로 필리핀 여성들은 7:3으로 나눈다), 어리고, 고분고분하다는 비교우위론 때문에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업주들은 현재 한국여성들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시장성과 이윤가치가 높은 여성들이 필요하고, 그들이 외국인이라면 외국인 여성을 쓰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업주들은 "필리핀 여성을 몰아내야 된다고 주장하는 한국 여성은 깡패를 데려다가 소리없이 죽여버리겠다"(말, 1998/5)고 한국여성들을 협박하기까지 한다.

이 사건을 유일하게 크게 다루었던 월간 말지는 이들의 호소가 "수입 매춘부들에 밀려나는 국산 매춘부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간주했다. 물론 취재를 위해 현지방문을 했던 기자는 한국 매춘부이건 필리핀 매춘부이건 모두 가난의 피해자로 그들은 돈이 최상이 가치로 대접받는 자본주의의 피해자라고 범주화하면서 이 싸움의 본질은 성산업에서의 인권문제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말, 1998/5). 또 한국의 운동단체들도 이 사건 때문에 매우 당황했었다는 후문이 있었는데 (백재희 2002: 196), 한국의 운동단체들은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하나의 돌출로 간주한 듯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밥그릇 싸움이기도 하지만 국민국가의 기치 아래서 오랫동안 '적자'는 아니지만 국가, 남성 그리고 다른 여성들과 함께 한 국민으로 묶여있었던 여성들이 자본의 이해에 의해 새롭게 개편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느끼는 당혹감의 산물이다. 동시에 기지촌의 매춘여성들의 이러한 항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은 "매춘여성이다"라는 정체성 이외에는 그들에게 아무런 행위성도 부여하지 않는데서 오는 것이다. 필리핀 여성이 자신은 섹스 워커가 아니라 엔터테이너라고 한국 기지촌 여성들과 차별화하고, 자신은 단순히 외국인이라고 정체화하는 것 (백재희 2002), 오랫동안 성매매를 했던 여성이 경찰이 자신을 '갈보'라고 불렀다고 자신의 몸의 경험과는 상관없이 깊은 상처를 받은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 (엄상미 2002)은 상품화된 섹슈얼리티로서 그들을 다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미군기지촌에 필리핀 여성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96년부터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기지촌 여성에 대한 낙인 때문에 미군을 상대하는 한국 여성들이 줄어들면서 이 자리를 메꾸기 위해 외국인 여성들이 기지촌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기지촌에 외국여성들이 들어온 것은 포주와 성구매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었다. 기지촌의 업주들은 경기회복을 위해 한국남성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고, '필리핀 영계와 러시아 백계'를 먹기 위해 한국남성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동두천 지역을 연구한 백재희는 기지촌에 젊은 필리핀 여성들이 유입되면서 클럽은 활기를 띠고 경기가 좋아졌지만, 클럽에 있는 한국 여성들은 그것을 불편해하고 있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장사가 하도 안되고 한국 여자 구하기가 어려우니까 외국 애들 데리고 오지. 근데 솔직히 외국 애들 때문에 장사가 잘된다고 하면 자존심 상하?quot;라고 한국여성들은 말한다 (백재희, 2000: 203).

문제는 자존심인데, 그것은 그들의 수입이 감소하고 있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기지촌에서 이류가 되고 있고, 주인공에서 밀려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기 땅에서 밀려나고 있었다. 한국여성들은 "한국 남자들은 러시아 애들을 좋아해. 미군들은 한국여자를 좋아하고, 그 다음에 필리핀 여성을 좋아해." 그러나 미군이 주로 있던 기지촌에 외국인 여성들이 유입되면서 한국남성이 클럽을 찾기 시작하는데 많은 한국남자들은 필리핀 여성들을 찾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한국여성들은 "필리핀 여성들은 한국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한국사람하고 외박하면 30만원을 받고 미군하고는 공짜로도 외박을 해주는데, 돈은 한국사람한테서 얻고 마음은 미군에게 주는 것이 필리핀 여성들이다"라고 비난한다. 필리핀 여성들에게 한국은 미국에 가기 위한 경유지이기 때문에 "미군을 잡아서 이민 가는 것이" 그들이 원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필리핀 여성들이 가장 어려운 관계는 같은 클럽에 있는 한국여성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여성과 자신들을 차별화하는데 자신들은 엔터테이너이고 한국여성들은 섹스워커라는 것이다. 자신이 엔터네이너라는 것은 실질적으로 매춘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계약이라는 공식적인 과정을 거쳐 고용되어 있다는 것을 가시화하는 것이고, 또 엔터

테이너 비자를 가지고 온 한국에서의 자신들의 지위를 드러내는 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백재희 215). 필리핀 여성들은 일단 말이 통하고 또 미국으로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한국남자보다 미군이 더 낫다고 한다. "한국사람은 말이 안통하니까 몸만 만져댄다"고 비판하는데 미군들은 기지촌에서 여자와 무엇을 교환할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 여자들은 섹스를 가졌고 자신들은 그것을 살 수 있는 돈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여자들이라는 것이다.
글로발해지고 있는 기지촌 성산업의 공간에서 한국여성과 필리핀 여성, 러시아 여성 그리고 미국남자와 한국남자는 그들의 국적, 성별 그리고 백인이라는 인종 등이 결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정치학을 만들어내고 있다.

(3) 상업화된 국제결혼: 남성의 국적과 여성의 섹슈얼리티의 결합

세계가 지구화되고 국민국가의 경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가난한 나라의 여성이 좀더 부유한 나라로 갈 수 있는 공식적인 길은 많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가 취업비자는 일부 전문직에만 허용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나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한 많은 미혼의 젊은 여성들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좀더 부유한 나라로 이주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국의 경우에는 산업연수가 아닌 경우 단기 연예인 비자 (E-6)를 통해 입국하거나 아니면 결혼을 통해 입국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집단적인 차원에서 국제결혼이 이루어지게 된 계기는 중국과의 수교이후 연변 조선족과 한국의 인적 교류가 시작된 1980년대 부터이다. 1990년에는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연변처녀. 농촌총각 짝짓기"사업을 추진했다. 어째든 다양한 사회적 개입을 통해 1999년까지 결혼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조선족 여성들은 4만명이 넘을 것이라 추정된다 (홍기혜, 2000:1). 더욱이 결혼할 연변동포의 수가 줄어들면서 1998년 이후에는 필리핀 등 동남아 여성과의 결혼이 늘기 시작했고, 이러한 국제결혼의 대상은 농협, 지방자치단체, 교회, 사회단체 그리고 결혼알선회사를 통해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중앙아시아까지 확장되고 있다 (한계레, 2001/10/15).

결혼을 하고 아내를 갖는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많은 한국의 (농촌) 남성들이 여자가 없어 결혼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그들은 여자를 얻기 위해 국제결혼은 한다. 이러한 결혼에는 전통적인 성별분업 이데올로기가 기반이 되는데, 이럴 경우 농촌남성들이 결혼하지 못하는 것은 가부장적 결혼제도에서 가족의 부양자인 농촌 총각이 갖는 경제적 사회적 주변성이다. 농업 생산품의 개방과 농촌정책의 부재, 농촌사회의 복지시설의 미비 등이 여성들로 하여금 농촌총각과 결혼하는 것을 꺼리게 하는데, 계급화된 결혼시장에서 농촌 총각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어 결혼하기 어렵다. 자국의 여성과 결혼하지 못하는 남성들의 수요는 지구화된 자본주의 체제에서 좀더 가난한 나라의 여성들과 국제결혼으로 연결된다. 조선족 여성이나 필리핀 여성과 한국남성 간의 결혼도 이러한 맥락이다. 한국사회에서 농촌의 총각들이 결혼할 상대가 없어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사회 단체들이 여기에 개입하여 외국의 여성들을 끌어오기 시작한 것은 국민국가 내의 남성의 사회경제적 계급 문제를 국제적인 성별의 문제로 치환시키는 지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여성들이 국제결혼을 하는 이유는 남성을 통해 자기 사회보다 좀더 잘사는 나라로 가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제결혼에는 결혼이 갖고 있는 전통적인 성별분업 이데올로기가 작동한다. 그것은 생계부양자로서의 남성과 사적영역 담당자로서의 여성이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들 자신이 갖고 있는 조건으로 사회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킬 수 없을 때 사회적 상승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기회가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국제결혼은 이러한 가능성 위에서 이루어진다.

조선족 여성과 한국 남성, 필리핀 여성과 한국남성과의 국제결혼은 남성이 일차적 생계부양자라는 가부장적 결혼제도가 지구화된 자본주의 체제와 결합하면서 여성들에게 주요한 이주수단으로 작동한다. 한국에 조선족 여성들이 유입되는 것은 계급화된 결혼시장에서 여성을 찾지 못하는 하층 남성들의 수요에 기반한 것이다. 한국남성들이 외국인 여성들과 국제결혼을 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인데 이는 남성의 성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외국여성들이 유입되는 시기와 일치한다. 그러나 성산업에 유입되는 여성과 국제결혼시장에 유입되는 여성들의 국가, 인종은 다르다. 성산업에서 요구되어지는 여성들은 인종적 민족적 차이가 성적 판타지와 매개될 수 있어야한다. 그래서 한국남성들에게 타자화될 수록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지만, 결혼시장에서는 장애로 작용한다. 결혼시장에서 가장 선호되는 대상은 조선족인데 이는 같은 민족으로 언어적 인종적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되어진다. 성산업에서 한국인들에게 가장 선호되고 성적 서비스가 비싸게 거래되고 가장 성적 판다지를 많이 주는 것은 러시아 백인 여성이다.
한국은 조선족 여성들에 의한 위장결혼, 사기결혼이 사회문제화 되면서 결혼 후 2년이 지나야 국적획득을 할 수 있도록 국적법을 개정하여 국제결혼으로 부터 한국남성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조치를 취하였다.

(5) 국민국가 내의 성별화된 국제결혼
한국내에 있는 남성과 여성이 국가와 어떠한 관계를 갖고 있는지, 통합되어 있는 전체라고 생각되었던 것들이 지평이 흔들리면서 각각 분리되어가는 지구화 시대에 남성과 여성이 국가와 어떠한 관계에 있었는지 하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이 한국인과 외국인의 결혼영역이었다. 특히 한국의 국민이 되는 것이 지구화된 시장에서 하나의 상품적 가치로 등장할 때 이 가치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배제되는 사람이 성별화되어 있었다. 위에서 보았듯이 국가는 외국인 여성과의 결혼에서 한국남성들이 당하는 불이익이나 어려움을 보정해주기 위한 조처를 취하면서 남성의 편을 든다. 반면에 외국인하고 결혼하는 것이 여자일 경우, 국가는 강력한 가부장적 입장을 갖고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입되면서 한국인과 아시아 노동자들이 이룬 가정이 늘어가고 그 사이에서 자녀들이 출산되고 있다. 한국의 국적법은 외국인이 한국남성과 결혼하면 자동으로 국적을 취득할 수 있지만 한국여성과 결혼해서 국적을 얻으려면 귀화라는 절치를 밟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귀화는 쉽지 않다. 제삼세계 노동자가 한국인으로 귀화하는 것은 어렵다. 3천만원 이상의 재산이 있음을 증명해야하고 귀화시험을 통과해야한다. 남성이 한국인이 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결혼은 한 이주노동자들은 아주 쉽게 불법체류자가 되는데 이주노동자들이 받는 3개월 혹은 6개월 정도의 임시비자로는 자유롭게 취업할 수도, 취업하더라도 결국은 불법체류자가 된다. 그리고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또 혼인신고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 사이에서 난 자녀는 국내에서 미혼모의 자식으로 신고될 수 밖에 없다. (국제결혼 여성은 남편이 속한 국가의 법만을 따르도록 돼 있는 가족법을 여성이 속한 국가의 법도 준거법으로 삼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문제가 많아지면서 2001년 12월 19일에 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모계출생자에게 한시적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했다. 그러나 최근에 외국인과 결혼한 여성들이 국적법에 있어서 평등권를 침해당하고 있다는 판정이 헌법재판소에서 나옴에 따라 2001년 10월 19일에 부계혈통주의였던 국적 취득 조건을 부모 양계혈통주의로 바꾸었다. 그래서 한국인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자녀도 한국국적을 취득하게 되었다. 이제 한국에서는 남녀가 헌법공방을 통해 국적법의 평등권을 획득하기 위한 문제제기가 시작되었다.

(6) '인신매매 3등급' 국가의 명예를 둘러싼 '국가'와 '여성'의 현실인식
1990년대 이후 한국사회에서 여성단체가 중심이 되어 성폭력이나 여성의 성의 상품화, 성산업에 유입되는 여성들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여 왔다. 그러나 정부는 그러한 사회적 추세를 통제하는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아니 어떤 측면에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한국에서 성산업이 확장될 수 있는 조건들을 제시해온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서 매매춘을 목적으로 한 국제적 인신매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6년 부터이다. 기지촌에 외국인이 들어오게 된 이유는 미국이 줄어들거나 이동할 뿐만 아니라 원정섹스가 늘어나면서 경기가 나빠지고, 또 92년 윤금이 사건이후 미군들의 성범죄와 살인에 대한 국민감정이 나빠지면서 '위험하지 않은 성적 서비스'을 찾는 과정에서 기지촌 업주들이 러시아와 필리핀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수입' 해왔다. 이때부터 조직적인 인신매매가 활발히 시작되었다. 인력송출 브로커가 해외 현지에서 모집해 입국시킨 외국여성들은 포주와 성구매자에게 모두 이익이 되었다. 기지촌의 업주들은 경기회복을 위해 한국남성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고, '필리핀 영계와 러시아 백계'를 먹기 위해 한국남성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1999년 8월에 기지촌을 도망친 두명의 필리핀 여성에 의해 처음으로 한국사회에 공개되기 시작한 한국내의 외국인여성 인신매매 매카니즘이 공개되기 시작했고, 경기도 도의원이 96년 이후 1천명이 넘는 외국인 여성들을 현지에서 모집해 연예인으로 위장입국 시킨 뒤 미군부대 주변 클럽에 넘기고 사례비를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 사건의 결과는 필리핀 여성들은 고국으로 돌아갔고, 김씨와 관련자들은 무혐의로 풀려났고, 인신매매를 사문서 위조혐의나 출입국 관리법 위반 혐의로 사소하게 처리되었다 (김소희, 한계레 21: 2002.7.17)

기지촌이 국제 인신매매의 경유지가 된 배경에는 브로커조직과 포주들의 동맹, 한국 정부의 암묵적인 승인이 있다. 한국 정부는 성산업에 유입되는 여성들에게 E-6(공연예술비자)를 허가해왔다. 처음에 외국인 여성들은 미군이나 외국인 관광객이 이용하는 성매매업소에 주로 고용되었지만 지금은 한국남성 성구매자들을 위한 성매매업소까지 국제적 인신매매가 확대되고 있다. 그디고 한국에서의 인신매매의 더 큰 배경은 미군이다. 미군 당국은 외국여성들의 인신매매 실태를 알면서도 방조하고 향유한다.

국제적 인신매매는 인신매매조직과 포주 그리고 성구매자 모두에게 이득을 주었다. 인신매매조직은 한국여성보다 외국인 여성을 더 쉽게 속일 수있고 통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외국인에 대한 성구매자들의 욕구가 커지면서 큰 이득을 얻고 있다. 싼 임금으로 더 많은 여성들을 고용할 수 있고, 여권만 손에 쥐고 있으면 여성들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성매매로 인한 포주들의 부당이득의 규모가 크게 확대되었다.
인종차별주의로 인한 성구매자들의 외국인 여성에 대한 성매매욕구의 증가는 외국인 여성에 대한 인신매매를 더욱 증가시키는 원인이다. 특히 한국 성구매자들의 백인여성에 대한 성매매욕구가 증가하면서 러시아계의 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가 매우 급증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결국 국제적 인신매매는 처음에는 기지촌을 중심으로한 몇 개의 지역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전국으로 확산되어 정착되고 있다. (새움터 2001: 64-65)

이러한 한국의 현실이 정부에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7월 12일에 미국 국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인신매매보고서'가 큰 작용을 했다. 한국은 그 보고서에서 인신 매매 관련 평가 기준에 미달하는 최하위 그룹인 3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것이 발표되면서 매매춘은 한국정부의 공식적인 대책의 대상으로 떠오르게 된다. 그것의 내용은 한국이 인신매매의 원천이자 통과국이라는 것으로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성적 착취의 대상으로 미국과 서유럽, 일본에 매매되고 있다는 것이고, 중국등 많은 나라에서 온 여성들이 한국을 통해 미국가 전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권 및 민주주의의 지도국이지만 인신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아무런 것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그리고 한국은 입국사증 등 인신매매를 단속하기 위한 출입국 관리법률을 포함하여 인신매매를 근절하는 법률이 거의 없다는 것이고, 인신매매에 관련된 외국인들은 이민법 위반으로 추방되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신매매 희생자에 대한 정부지원이나 인신매매 지원에 관여하는 NGO에 대한 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인터넷 한겨레 2002.7.13).

그런데 놀라운 것은 2002년 6월 5일 미국 국무부는 연례 국제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에서 한국이 인신매매 방지 노력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음을 인정하여 한국을 인신매매 관련 평가에서 캐나다, 독일, 영국 등과 함께 제 1등급의 그룹에 포함되었다. 이는 지난해 보고서 발표 직후 한국 정부가 법무부, 외교 통상부, 여성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인신매매 대책 위원회를 설치하고 법규와 제도 정비에 착수하는 한편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의 개선 조치를 미국에 설명하여 올해 평가에 반영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인터넷 한겨레 2002.6.5)
문제는 1년 만에 인신매매 3등급에서 1등으로 변화되는 것에 대해 미국에서 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 문제제기가 되고 있고, 더욱이 이 문제에 깊이 관여했던 한국의 여성단체가 미의회에 한국의 상황을 증언하겠다고 하면서 인신매매를 둘러싼 국가와 여성단체 그리고 미국의 이해들이 서로 충돌한다는 것이다.

5. 맺는 말

본 논문은 지구화된 지역에서의 자본과 이주의 담론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에 주목하는 것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이동하면서 새로운 종류의 상품이 되어 가는 메카니즘에 작용하는 힘들이 무엇인가를 탐구해 보고자 했다. 그것은 인종, 국적, 계급 등이 결합하여 구성해내는 여성 섹슈얼리티의 상품화가 지구화 그리고 국민국가의 규제/방임의 문제와 어떠한 관계를 갖는가하는 것을 여성들의 입장에서 살펴보는 것이었다. 이러한 논의를 하고자 했던 이유는 구체적인 지역에서 일어나는 지구화 현상이 이제까지 당연하게 간주되었던 국민국가 혹은 지역의 문화적 정당성을 어떻게 교란시키고 경합하는지를 통해 새로운 세계체제 속에서 섹슈얼리티를 가지고 이동하고 있는 여성들이 제기할 수 있는 정치적이 도전들이 어떠한 것인가를 찾아보고자 했다. 특히 지구화 과정에서 이동하는 자본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탈국가적 규제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사람들 특히 이주하는 여성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탈국민국가적 규제들에 대한 논의는 크게 가시화되고 있지 못한 한국의 상황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한 자기 정체성의 문제와 국적법 혹은 거주에 따른 권리의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다. 물론 본 논문에서는 이 이슈가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못했지만 지구화 시대 경계를 넘는 여성들이 확보해야하는 기본 권리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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